사람 뽑기 정말 어렵다ㅠ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4-50명 규모의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를 3년째 다니고 있는데 그 사이에 마케터 면접을 제법 많이 봤다. 인원 충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고 새로운 TO가 생겨난 경우도 있었고. 지난 2년여동안 새로운 마케터 총 3분을 채용했고, 지금도 2건의 마케터 채용공고가 올라가 있다. 경력 3년차 정도의 실무자와 팀장(!)급 마케터 분을 찾고 있다.


나는 과연 좋은 면접관일까?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마케터분들의 합불합 여부를 판단할만큼 나는 완벽한가? 심지어 팀장급 (그나마 CMO에서 낮춰진 것)도 내가 직접 면접을 보는데..! 솔직히 자신 없다. 응 자신 없어! 모두가 최선을 다 해 준비해오는 이력서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봐야 그 사람을 정말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지는 정말 아직도 모르겠다. 화려한 스펙의 지원자를 뽑았다가 실속이 1도 없어 피 본 경우도 있었다. 마케터는 포장(?)을 잘해서 특히 더 어려운 것 같다.
회사는 한정된 리소스 하에서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아니 차악의 선택을. 나는 마케터가 몇 없는 회사에서 마케터 채용을 위해 회사가 선택한 ‘현실적 방안’으로서, 지원자 판단에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력을 또 열심히 하고 있다.
좋은 마케터인지 파악하는 방법, 의사 결정할 근거를 잡는 방법. 공신력은 없지만 현실 스타트업 마케터 면접관으로서 ‘이력서 자소서에 이런 거 쓰지 않았으면- 이런거 썼으면’ 하는 최소한의 부분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정말 기본적인 내용일 수 있는데, 이게 지켜진 지원자도 정말정말 은근히 잘 없어서!


그래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앗 그런데 이건 완전 개인적인 생각이라..!
정답이 절대절대 아니고 다른 경우도 있을 거라는 걸 짠 밝혀둔다.

포토샵, 토익, 오피스 자격증 안 봐요

포토샵/일러 안 필요하다. 할 줄 알면 물론 좋지만.
그리고 일단 마케터에게 포토샵/일러스트까지 기대하는 회사는 위험하다(…). 그렇다고 ‘보통의 회사에서는 그럼 분업이 잘 되어서 마케터는 광고 이미지 디자인을 할 일이 전혀 없는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디마가 시즌 이슈에 맞춰 발빠르게 소재 테스트를 해야 할 때도 있을 거고, 그런 때마다 디자인팀과 일정 소통하긴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무슨 말이냐면, 정식적인 디자인 툴 역량은 필요 없고 당장 일을 일 되게 할 수 있는 임기응변식 역량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는 것이다.
포샵 일러 대신 망고보드, 미리캔버스 할 줄 알면 된다. 아니면 심지어 피피티로도 대충 비율은 맞춰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광고소재 이미지의 컬러감 질감 등을 세부적으로 고민하기보다는 뾰족한 광고 문구를 여러개 뽑아서 시기 적절하게 광고로 돌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더 좋은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아니고 마케터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력서에 마케팅 내용보다 디자인을 필두로 한 브랜딩 경험을 내세우는 분이 있으면 갸웃하고 보는 편이다.

브랜딩, 기획, 전략적 측면을 어필할 땐 근거가 필수

- oo oo 브랜딩 총괄
- 여름 프로모션 기획
- 상반기 인지도 강화 전략 수립
이런 건..ㅠㅠ
물론 정말로 저런 업무를 하는 사람이 당연히 있다! 저 일이 절대 쉽거나 하찮은 일이 아니고 엄청 엄청 중요한 일인 것도 안다. 그렇기에 리더급 지원서에서는 내가 염려하는 부분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다만 대리급 지원자를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염려하는 점은, 저런 말들은 그 자체로 함의가 너무나 커서 증명하기가 어렵고, 마케터는 마케팅이 업인 사람들이다보니 어필을 잘 해서 저런 말로 위장(?)하는 것도 참 잘한다는 것이다. 브랜딩이라 하면 정확히 어떤 일을 한 걸까? 전략 수립이란 이벤트 기획이랑 다른 거였을까?
모든 마케터는 궁극적으로 브랜딩, 인지도 강화, 매출 강화를 목적으로 일 하고 있다. 조금만 부풀리면 모든 마케터가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저런 건. 이런 일을 이력서에 쓴다면, 구체적으로 그걸 느낄 수 있는 근거 사례가 꼭 첨부되어야 한다.
대단한 걸 기대하는 건 아니다. ‘우리 서비스는 이제 막 시작한 신서비스여서, 일단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데, 우리 타겟군은 폐쇄적이라는 특징이 있어서, 타겟 커뮤니티 중심으로 광고 배너 노출하고 바이럴 포스팅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딩을 일로서 접근하는 사람인지, 그냥 추상적이고 예술적인 어떤 것으로 인지하는 사람인지는 그 정도면 조금은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광고 운영 관련 역량을 어필할 때는 구체적인 사례가 필수

‘페이스북 광고 세트 구성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하셨어요?’
‘채널별 광고 목적이 어땠고, 어떤 전략으로 운영하셨나요?’
지원서에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있을 때 보통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다.
저 두가지 질문에 잘 답변해 준 지원자는 놀랍게도 많지 않았다. 우리 회사가 작아서 그런가(…) 솔직히, 광고 툴 잘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와서 배우면 된다. 페북, 네이버, gdn 이런 큼직한 광고툴들은 모두 넉넉잡아 한 달이면 충분히 익힐 수 있다. (대충은)
툴 숙련도보다는 명확한 (1) 목적을 가지고 (2) 목적에 맞에 광고를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게 보인다. 아무 생각없이 광고를 돌린다- 끈다- 이런 것 말고, 가설을 가지고 차근차근히 소재 최적화를 해 갈 수 있는 사람인지가.

나는 얼마나 잘한다고..

사실 내가 가진 기준은 초년생 때 내가 가장 고민했었던 부분에서 비롯됐다. 포샵/일러 배워야 하나? 컴활 할까? 내가 한 일을 브랜딩이라고 적어도 될까? 지원서를 쓰는 입장에서는 안 보이던 것들이, 막상 직접 뽑으려고 하니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좋은 동료를 만나고 싶다. 좋은 사람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좋은 사람이 잘 다닐 수 있도록 나도 더 좋은 동료가 되어야겠지? 그래서 힘 내야 한다. 배울 게 여전히 너무 많다! 성장할 부분이 너무너무 많다. 일단 자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