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서비스는 사랑이다.

지금은 이직했지만 지난 3년 동안 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Saas 구독 서비스의 마케터였다. B2B, B2C 두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였는데 둘 다 구독 서비스였으며 두 서비스에 모두 깊이 관여했다. 나는 일을 할 때, 그 일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힘을 낼 수 없는 스타일이라서 이 서비스들을 지극히 애정했었다. 일도 진심으로 했다! 물론 역량의 한계는 있었겠지만^,ㅠ..
최근 3년 전에 비해서 구독 모델을 채택하는 서비스가 많아진 것을 느낀다. 놀랍지 않았다. 내가 체감해 온 구독 서비스는 참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사업 방식이었으니까. 다만 다른 구독 서비스 마케터 분들은 구독 서비스 마케팅을 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구독 서비스의 마케팅 방향은 비구독 서비스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브런치도 찾아봤는데 구독 서비스 마케팅 이야기는 잘 없더라.
그래서 오늘은 약 1000일동안 구독 서비스 마케팅을 해온 마케터로서, 내가 체감한 구독 서비스만의 특징과 그에 따랐던 개인적인 고민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구독서비스 마케팅은 이런 느낌

1) 스팟성 후킹보다 고려군을 잘 후킹하는 것이 더 중요함
나는 어그로성, 스팟성 후킹이 매우 매우 중요하고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구독 서비스를 마케팅 하면서는 어그로한 마케팅 전략은 거의 쓰지 않았다. 내가 진행했던 구독 서비스들의 구매는 순간적인 "사볼까?"로 결정 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구매가 1회 단발성이 아닌, 본인의 삶에 지속적으로 일어날 이벤트라는 것을 사용자들도 보통 잘 인지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전반적으로 범용적인 메시지보다는 핵심 타겟의 니즈를 뾰족하게 건드리는 쪽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구독서비스에 더 맞는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월에 2만원짜리 서비스를 갓 출시했을 때 구매 고객들과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했었는데 거의 99%가 인지 > 호감을 느낀 후 바로 구매하지 않고 후기를 찾아봤다고 했다. 바로 구매한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구독 서비스에서 월 2만원은 저렴한 편이 아니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리타게팅은 어느 서비스에서나 중요하지만 구독 서비스에서는 특히 더 중요한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으로 광고를 통한 다이렉트 구매 전환 유도에 집중하는 대신 오가닉한 포스팅과 바이럴을 먼저 잘 형성하는 것이 구독 서비스에서는 특히 더 중요한 것 같다. 또한, '고려군' 자체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한달 무료' 같은 무료체험으로 진입 허들을 낮춰 관심자를 잠재고객으로 만드는 것도 구독 서비스가 진행할만 한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B2C이면서 가격 허들이 낮은 구독 서비스들은 어떨까? 순간적인 구매 결정도 가능할까?

2) ROAS가 아닌 LTV
LTV(Life Time Value)는 구독 서비스에서 완전 중요한 측정 기준이다. 사실 ROAS(Return On Ad Spending) 또한 LTV를 고려해서 계산하면 되니 틀린 지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구독 서비스에서는 보통 ROI, ROAS 이런 개념보다 LTV와 CAC를 두고 마케팅 성과를 측정본다. 즉 한 명의 고객을 데려오는 데 든 총 비용 CAC(Customer Acquisition Cost)가 한 명의 고객이 지불하는 총 금액(LTV) 보다 낮으면 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LTV를 고려하며 마케팅하는 것은 ROAS를 고려할 때보다 마케터에게 보통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한다. 내가 판매하는 서비스가 20만원 짜리인데 40만원에 고객을 데려오면 큰 일이지만 그게 구독 서비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매고객이 구독을 3개월만 유지해주면 그 순간 CAC < LTV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한 것이 된다. 내가 40만원에 고객을 데려왔는데 LTV가 400만원이라면? 헤헤(…)
밀리의 서재나 FLO 같은 구독 서비스가 '한 달 무료!'를 열심히 외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3) 그래서 중요해지는 이탈율, CRM
LTV가 중요하다는 말은 풀어보면 (1) 유저 리텐션이 높아야 하고 (2) 이탈율은 낮아야 한다 는 뜻이다. 리텐션과 이탈율에 따라 LTV-CAC 저울의 무게가 달라지고 마케팅 전략도 변경된다. 한 번 데려오면 땡이 아닌 상황. 그렇기에 구독 서비스 마케터는 다른 마케터보다 이탈율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보통 구독 서비스의 경우 리텐션을 마케팅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이전 회사에서 내가 마케팅했던 구독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매일 최소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서비스였다. 이런 경우 좋은 이미지만으로 리텐션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독 서비스 리텐션은 서비스 기획자가 화이팅해야 할 부분이 크다(…).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마케터도 유입 외에 유저의 좋은 사용 경험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텐데, 그래서 구독 서비스 마케터는 자연스럽게 더 적극적이고 세심한 CRM을 하게 되는 것 같다.

1) 탐색 중인 고객을 위한 고도화된 Q&A 서비스 제공
2) 고려 중인 고객을 위한 상담-체험 프로세스 제공
3) 사용 유저에게 지속적인 로열티 부여

1), 2) 번은 구매 전 고객을 설득하는 단계에서, 3) 번은 구매 유저가 서비스에 정을 붙이게 하기 위해서 진행했었다. 아주 특별한 방법은 아니다! 그냥 당장 구매하지 않더라도 관심이 있다면 정보를 받을 메일 주소나 연락처를 받아 연락을 이어간다던지, 채널톡 서포트봇을 사용해서 세심한 상담 프로세스를 구축해 놓는다던지, 무료체험을 열어두고 2일, 3일, 5일 차에 피드백을 요청 겸 BEST 활용법 후기 영상 등을 보여준다던지 등등.. 유저의 고려-구매 저니에 발맞춰 적시에 적절한 메시지를 주는 마케팅을 많이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CRM 마케팅이 참 재밌고 좋았던 것(?) 같다. 보통 고객 데이터 확보 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데이터 트래킹도 잘 되니까 분석도 명확하게 잘 나오고, 초기 유입이 중요한 구독 서비스에서 고려-구매 유도를 위한 CRM을 한 번 잘 설계해 두면 굉장히 파워풀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핵심 타겟을 데려와서 잘 설득하고 오래 사용하게 하는 것이 구독 서비스 마케팅의 목적이며, 리텐션은 근본적으로는 마케터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하지만 CRM을 통해 초반 신뢰도 구축에 기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라고 생각한다. 다른 구독 서비스 마케터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 생각의 좌표가 B2B 구독 서비스에 맞춰져 있어서 구독 서비스를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차이점 외에 해소되지 않았던 의문점과 고민도 있었는데, 그것은 다음 포스팅에 이어 적고자 한다. :)
매력적인 구독서비스가 더 많아져서 구독 서비스 마케터들이 모두 신나고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