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S,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적용하기
앞선 글에서 NPS가 무엇인지, 어떻게 쓰고 어떻게 계산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봤다. NPS는 이렇게 포스팅 하나 읽는 것만으로 100% 파악이 가능한 분석방법이다. 정말 멋지고 효율적이고 파워풀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
그렇다면 이제 NPS를 실무에 실제로 적용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여기부터는 (모두 알다시피) 정답이나 옳은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다분히 내 기준으로 NPS를 적용했던 사례이다. 막상 업무에 적용하고자 하면 과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부딪치기도 하니까, 이런 사례들이 NPS 도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조각 더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도 인지도 조사 한 번 해볼까?”
보통 브랜딩을 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런칭했거나 할 때 브랜드 인지도 조사 얘기가 한 번 씩은 나온다. 정성조사가 정량조사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나름 정성조사를 전공한)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보통 “돈을 많이 쓰고 인사이트는 많이 못 얻겠구나ㅠ” 하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1) 단답형 설문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경향성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2) 그렇다고 설문을 긴 긴 서술형으로 받는 건 정말정말 별로, 방법론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설문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3) 그렇다면 어떻게? 고차원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유저가 인지/비인지하고 있는 니즈의 차이를 알아보도록 심층면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 연령, 지역별 차이도 쪼개봐야 하겠지? 전국구 서비스의 경우 팔도로 나눠서 심층면담자가 최소 3명은 필요할 것이다(…)
5) 4~5년 전에 이런 전국구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갤럽에 의뢰했을 때, 약 5천만원 견적을 받았던 것 같다.
6) '브랜드 인지도'와 '구매 호감도'는 또 다르다. 우리는 잘 알지만, 우리에게 업무를 시키는 윗분들은 그냥 통틀어서 '정성조사'라 생각하고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지시했을 수도 있다. why를 명확히 하는 것이 실무자의 몫(…)이라면, 팀장님이 원하시는 것이 정말 '인지도'인지, '구매 고객의 서비스 평가'인지 파악이 필요하다. 만약 후자라면 브랜드 인지도 조사는 잘 잘 끝내더라도 원하는 답을 보여줄 수가 없다ㅠ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이게 문제인 근본적인 이유는, 이런 큰 태스크는 정기적으로 자주 진행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즉 추이를 통해 의미를 도출할 수가 없게 된다. 우리 서비스의 인지도가 30%, 경쟁사가 70%라고 했을 때, {우리 서비스가 매달 10%씩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중인지 or 지난달까지는 50%였는데 조금씩 줄어 30%가 된 것인지}에 따라 이 수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판단과 대응 방법이 달라진다. 품이 큰 태스크일수록 같은 레벨로 정기적인 진행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NPS!
- 위 6번의 사례처럼, 정말 브랜드 인지도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물론 적합하지 않다.
- 서비스에 대한 기호도 조사 > 서비스 개선 목적이라면 유효할 것이다.
간단하고 품이 적게 드는 NPS의 특성은 여기서 엄청난 강점이 된다. 우리는 서비스 내에 팝업으로 NPS를 풀 수도 있고, 개발 공수 없이 그냥 고객/비고객에게 LMS를 보낼 수도 있다. 너무 단순한 작업이라 한 달에 한 번, 분기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러면 유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요청 받았으나 실제로 도출해야 했던 것은 서비스 사용자의 실평가와 개선 방안'이었던 경우를 나는 겪어봤다. 한 두어번 있었다. 보통 윗분들이 서비스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을 느끼지만, 명확한 포인트를 알지 못할 때 이런 요청을 받았던 것 같다. 처음 NPS를 했을 때에도 인사이트는 도출 했지만(이 이야기는 다음 문단에 할 예정이다.) 두번째에 NPS 지수가 낮아진 것을 발견하면 그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구나"가 명확해진다. (서비스 사용 데이터로도 알 수 있는 문제긴 하지만, 그건 "비수기라서 서비스 사용량이 줄었나?" 하며 또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때부터는 문제를 찾는 정성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충성/비충성 고객과 FGI, 심층면담을 할 수도 있고, 수를 더 늘려서 간단히 전화 인터뷰로 할 수도 있고, 설문을 돌릴 수도 있다. 나는 위의 경우에서 잠정적으로 이미 "서비스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가설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NPS만 진행하지 않고 전반적인 사용도 평가 조사를 같이 진행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NPS를 쪼개 보는 데에 사용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기 전, 이번 1회도 의미있게 분석하기
아무리 품이 적게 들더라도 NPS를 정기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자로 하여금 이 일이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야 할 것이다. 즉 처음 진행한 NPS도 "2회차부터 유의미한 분석이 가능해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간 축이 아닌 다른 측면으로 비교를 해 주면 된다. 비교 축으로 삼을 것은 너무나 많다.
- 사용자/비사용자 » 같은 세그먼트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 서비스 사용자'로 타겟을 한정 짓는다면
- 유료/무료사용자
- 충성/비충성 사용자
- 20대/30대/40대 이상 사용자
- 남/여 사용자
- 학생/직장인 사용자 » 같은 기본적인 인구통계 정보로 나눌 수도 있고, 더 나아가
- A기능 주사용자/A기능 비사용자 » 처럼 행동 기준으로도 나눌 수 있다.
어떤 세그먼트를 축으로 둬야 하는지는 각 서비스 담당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은 내가 진행했던 NPS 1회차를 여러 세그먼트별로 쪼개 본 것이다.
각 기능별로 NPS를 진행했냐 하면, 그건 아니다. 설문지에 NPS 질문은 하나였다. 그리고 나머지 연령대/하는일/기능별 만족도를 묻는 다른 질문 모두를 세그먼트를 나누는 기준으로 사용했다. 위의 내용은 주요 기준들을 뎁스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본 것이라 주요 요소별 분석은 각각 더 딥한 분석이 따로 들어가는 게 좋다.
그래도 저것만으로 나름 유의미한 해석이 가능했다. 이를테면
- 현재 우리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 핵심고객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고
- 핵심기능 만족도에 따라 NPS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었고
- 어떤 기능에 만족할 때 NPS가 가장 높은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는 핵심기능 말고, 유저가 지금 실제로 만족하고 있는 기능이 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기능별 사용자 평가 좌표를 확인하고 우선해서 디벨롭해야 할 부분을 정하는 데 참고했다. 그리고 다음 텀에 NPS를 진행할 때 세그먼트별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며 방향과 영향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사례에서 2회차 NPS는 진행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이직했기 때문에(…) 이렇듯 돌발변수는 언제든 발행할 수 있으므로, 인사이트 및 방법론 공유와 같은 방향성을 가진 동료가 필요한 것 같다. (동료가 없거나 동료의 손이 더 없을 수도 있지만ㅠ)
그리고 개인적인 꿀팁
야무지고 실용적인 NPS. 위에 언급한 부분 외에 NPS 를 진행하며 개인적인 꿀팁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설문에 주관식 답변은 적을수록 좋겠지만, NPS 질문 아래 "왜 그런 점수를 주셨나요?" 라고 묻는 내용은 비필수항목으로 넣어두면 좋은 것 같다. 각 요소별 깊은 분석 시에 실제로 많은 참고가 되었으며, 심층면담자를 선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 다양한 연령층에서 NPS를 진행해봤는데, 10대를 대상으로 한 NPS는 점수를 특히 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10대 중심 서비스를 진행하며 역대급.. 테슬라를 능가하는 NPS 점수를 받고 깨달았다. 동방예의지국이라서 그런 걸까? 아직 여린 아이들은 정말 웬만해선 남의 서비스를 매정하게 평가하지 않는 듯 하다. 유저의 이런 특성을 알고 난 후, 나는 0~6점까지인 '비추천자' 영역을 7~8점대까지 포함해서 NPS를 집계했었다. 그럼에도 점수는 매우 높았다. 그리고 구매는 일어나지 않았다. ><… 한 편으론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포인트기도 했다.
NPS를 사용하는 마케터 분들은 많을 것이다. NPS를 어떻게 쓰고 계시나요? 어떤 재밌는 사례가 있는지,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