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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different! 애플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어필한 브랜드 메시지

‘브랜딩’을 안 좋아하는 이유, 두가지

브랜드 브랜딩. 브랜딩이란 존재하는 것이고 너무너무 가치있고 매력적인 것이다. 그치만 나는 스스로를 ‘브랜드 마케터’로 지칭하고 싶지는 않다. 브랜딩이란 말은 위험하고, 뭔가 애매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일단 ‘브랜딩’이란 말의 함의가 너무 크기 때문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의문을 해소해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1) 내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인지
(2) 멋진 단어로 나의 업무를 혹여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마케터라면 사실 다들 그런 생각 하지 않나요? 아닌가(…) 아무튼 그런 오해로운(?) 말인 한편, 브랜딩은 일로써도 마케터를 괴롭힌다.
어느날 대표님이 “우리 브랜드 리뉴얼을 해 보면 어떨까요?” 라고 말하는 일은 마케터에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내가 ‘브랜딩’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1) 클라이언트(사장님) 들이 마케터보다 브랜딩에 대한 환상이 심한 경우가 많다(…).
(2) 성과를 측정 하기가 애매하다.
(3) 이번의 성공적인 브랜딩이 다음 브랜딩을 위한 행동 공식이 되어주지 않는다.

이러니 (비교적) 객관적 지표로 효율을 측정하고 바로바로 개선이 가능한 디지털 마케팅이 속이 시원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게 일반적인 마케팅 업무였겠지만. 그 때는 정말 어떻게 마케팅들을 그렇게 잘 할 수 있었을까?
군더더기 없는 최적화와 번뜩이는 인사이트. 마케터에게는 이 두 역량 모두가 필요한 것 같다. 브랜딩은 그 중에서도 인사이트의 끝단에 속하는 업무이기에 이런 문제점을 야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딩은 실존하는 마케터의 업무 중 하나이다. 업무. 프레젠테이션 멋지게 하고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분명한 실무 중 하나. 이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부분을 차치하고, 방법론적으로 지킬만한 것이 있을까? 이 글은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브랜딩 실무의 방법론

이것도 물론 완전완전 개인적인 생각! 이지만.
정말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었다! 면, 그 다음은 이렇다고 생각한다.

굵짧 컨셉으로 승부하기

Z세대에게는 ‘스토리텔링’보다 ‘컨셉질’이 먹힌다란 말이 있다. 이거 곱씹어 생각할수록 Z세대에게만 통용되는 말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내러티브가 중요한 시대이다. 그런데 그 내러티브도 너무 차고 넘쳐서, 일단 길면 사람들이 잘 안 본다. 내 블로그 글들도 그래서 고민중이다(…). 알면서도 스토리 설명을 줄이지 못하는 게 브랜딩하는 사람의 마음 아닐까(?)
암튼 열마디 말이 필요없이, 직관적인 한마디로 서비스의 스타일을 알게 하는 강력한 ‘컨셉’질을 해야 한다. 투머치토커는 인싸가 되기 어렵다. ㅠㅠ

메세지의 통일성, 깨알같은 디테일

스토리에는 맥락에서 오는 파워풀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컨셉으로 브랜드를 어필할 때, 그런 맥락적 매력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굵고! 짧은! 단말마의! 어필을 하는 일이니까. 그렇기에 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웹페이지와 광고소재, FAQ 등 유저 접점에 있는 모든 곳에서의 ‘컨셉’ 통일이 필요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깨알같은 디테일이다. 문장 하나, 아이콘 하나, 버튼 위치 하나에 해당하는 그 디테일. “이런 건 그냥 좀 넘어가면 안돼?” 라는 말이 따라오겠지만, 그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모이면 스토리의 부재로 어필할 수 없는 맥락을 조금은 더 보일 수 있을 테니까.

꾸준함, 같은 말 백 번하기

그렇게 서비스 전체를 리브랜딩한 지 일주일 째. 반응이 오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프로모션 이벤트를 한 게 아니니까, 리브랜딩 했다고 갑자기 미친 매출 폭발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그런 경우도 어딘가엔 있..겠지만?) 최소 한 달. 적어도 3개월은 나의, 우리 팀의 의사결정을 믿고 변경한 메세지를 꾸준히 밀고 또 밀어야 한다. 성과 측정이 어렵다고는 했지만 나름의 측정 지표를 정할 순 있을 것이다. 웹페이지 체류시간이나, 이탈률이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수 등등?

대형 연합동아리에서 인싸되기

브랜드란 사람으로 치면 고유한 개성과 같다. 누가 내 친구들에게 나에 대해 물어봤을 때, 3명 이상의 친구가 비슷한 키워드로 나를 설명한다면, 나는 지금 그렇게 ‘브랜딩’ 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이란 위와 같은 것이다. 호감도 비호감도 없는, 나에게 아예 관심이 없는 집단에 나아가서 “머리 분홍색으로 염색한 애”, “노래 잘하는 애”, “진짜 웃긴 애” 등 고유한 캐릭터로 각인되고, 호감을 얻는 일. 어떤 인싸들에게는 숨 쉬는 것처럼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어떤 마케터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호감’ 단계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인지’ 단계까지는 위와 같은 방법론으로 조금은 더 잘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